경매길잡이

부동산 이중매매 이야기
법률 2018. 07. 17 조회수 : 12550
[고윤기 변호사의 부동산 이야기] 부동산 이중매매 이야기




민사(民事)와 형사(刑事)는 기본적으로 다르다. 쉽게 말하면 민사는 기본적으로 채권·채무의 문제이고, 형사는 형벌의 문제이다. 그래서 민사 문제를 다루는 민사재판과 형사문제를 다루는 형사재판은 기본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돈과 관련해서 얽히면, 민사문제가 형사문제가 되기도 하고, 형사문제가 민사문제로 진행되기도 한다. 돈을 빌려주었는데 상대방이 못 갚았다면, 기본적으로 민사문제이다. 이런 채무불이행은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민사소송을 제기하여, 법원의 판결을 받아 집행을 하면 되는 일이다.

그런데 많은 채권자들이 채무자를 상대로 형사고소를 진행한다. 채무자가 돈을 빌리면서 돈을 갚을 능력도 없는데, 마치 갚을 수 있는 것처럼 자신을 속였다는 것이다. 죄명은 ‘사기죄’가 된다. 민사문제인 채무불이행이 형사문제인 사기죄로 둔갑하는 것이다.

이렇게 민사문제가 형사문제로 진행 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형사재판이 돈을 받아내는데 좀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그냥 돈을 갚으라면 안 갚던 사람들이 형사처벌을 한다고 하면 어떻게든 돈을 마련해서 갚기 때문이다.

원래 민사문제이면서 형사문제와 경계에 있는 대표적인 것이 부동산 이중매매(二重賣買)이다. 최근에 이 부동산 이중 매매와 관련해서, 대법원 판결이 선고되었다. 부동산 이중매매란 매도인이 동일한 부동산을 2인 이상의 매수인에게 2중으로 매매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면 매도인 갑이 어떤 건물을 을에게 매도하고 소유권 이전등기가 완료되기 전에 병에게 매매한 경우를 말하는 것으로, 이런 경우에는 매수인 중 먼저 이전등기를 완료하는 자가 소유권을 취득한다.

매도인이 계약금만 받은 상태에서, 부동산을 다른 사람에게 파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런데, 만약 중도금을 받은 후에 다른 사람에게 부동산을 팔았다면 문제가 된다. 우리 대법원은 이 경우 매도인을 배임죄로 처벌하고 있기 때문이다.

형법 제355조 제2항의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를 하여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 성립하는 범죄이다. 배임죄의 본질은 신임관계에 기초한 타인의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를 하여 그 타인에게 재산상 손해를 입히는 데에 있다.

그런데, 내 부동산을 파는 행위가 왜 “타인의 사무”일까? 이중매매에 배임죄가 된다는 최초의 대법원 판결이 있은 후에도, 이 문제는 계속 다투어져 왔다. 많은 학자, 실무가들이 대법원의 판례를 비판해 왔다. 결국 이 문제는 다시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판단하게 되었는데, 대법원이 기존의 판례를 바꾸려면, 전원합의체에서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계약금만 지급된 단계에서는 어느 당사자나 계약금을 포기하거나 그 배액을 상환함으로써 자유롭게 계약의 구속력에서 벗어날 수 있지만, 중도금이 지급된 이후에는 계약이 취소되거나 해제되지 않는 한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해 줄 의무가 있다”고 하면서, 이중매매를 한 경우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판결하였다.

즉 기존의 이중매매가 배임죄가 성립한다는 판례를 유지한 것이다. 사실 이 판례는 중도금의 지급시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판례이다. 계약금 입금후, 중도금이 어떤 방식으로든 지급되면, 매도인의 입장에서는 일단 배임죄의 부담이 생긴다.

계약해제와 관련된 분쟁 중에 있는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매도인이 분쟁 중에 있는 부동산을 함부로 팔았다가는 배임죄로 처벌받을 수도 있다. 부동산 민사 분쟁에 형사문제가 개입하는 것이다.

특히 부동산의 가격이 등락하는 시기에는 중도금을 지급한 이후에도 분쟁이 많이 발생한다. 매도인의 입장에서는 중도금을 지급받은 후에 확실히 계약을 취소하거나 해제한 후에, 제3자에게 매도해야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점을 유의해야 할 것이다.

부동산태인 칼럼니스트 로펌고우 고윤기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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